[노노모 여성노동인권분과 성명]
손가락을 지운다고 여성 노동자의 노동권까지 지울 수 없다. 젠더 갑질 중단하라!
또 게임업계 페미니스트 색출과 페미니즘 혐오 몰이가 시작되었다. 게임 이용자들이 게임 홍보영상에 남성혐오를 의미하는 집게 손가락이 등장한다며 해당 게임을 제작한 (주)넥슨코리아에 항의하자, 넥슨은 곧바로 사과문을 발표하고 '집게 손가락은 남성혐오'라며 간담회를 진행했다.
넥슨의 선도적인 조치에 힘입어 게임 이용자들은 해당 영상을 외주 제작한 업체인 스튜디오 뿌리를 공격했다. 뿌리의 여성 일러스트레이터가 지난 해 SNS에 남긴 글에 비추어 페미니즘을 드러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손가락을 삽입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해당 일러스트레이터의 신상 정보를 무분별하게 캐냈고, 뿌리 사무실에 찾아가 위협을 가하기까지 했다. (사실확인 결과 '손가락'의 초안은 40대 남성 애니메이터가 그린 것이었다.) 원청인 넥슨은 뿌리에 사과문 게시를 지시했고, 간담회에서 뿌리에 대한 법적 대응을 예고하기까지 했다.
이 순간까지 게임 이용자들과 특정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몇 초짜리 영상을 프레임별로 끊어가며 '손가락'을 찾기 바쁘고, 게임 업체들은 '손가락'을 검수하여 수정하는 상황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숨은 '손가락' 찾기는 누가 더 빨리 많은 것을 찾아내는지 경쟁하는 스포츠가 되었으며, 여성 노동자의 일자리와 안전은 남성 혐오를 처단하겠다는 마녀사냥의 단두대에서 손가락과 함께 잘려나가고 있다.
2016년 넥슨에서 페미니즘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여성 성우를 배제한 것을 시작으로 비슷한 사건이 잊을만하면 수면 위에 오른다. 이번에도 캐릭터의 ‘손가락’ 논란이다. 손가락 모양으로 사상을 검증해내겠다는 발상과 의지도 대단하지만, 여성 혐오의 불씨에 신나게 기름을 붓는 이들이 있기에 이들은 기꺼이 잊을만하면 나타날 수 있었다. 질세라 앞다투어 사과문을 내며 ‘재발방지대책’을 내놓는 기업들이 바로 그들이다.
사용자에게는 근로계약의 부수적 의무로 노동자가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야할 '안전배려의무'가 있다. 그러나 사용자의 의무는 법전 안에 잠자고 있을 뿐이다. 저열하고 비겁한 조롱, 혐오를 정당화하는 정의의 탈을 쓴 부정의, 페미니스트를 입막음 하려는 집단적 괴롭힘과 위협, 이를 받아 여성 노동자의 노동권과 생존권을 단숨에 빼앗아 가는 기업들이 잠자는 법 위에서 보란 듯이 날뛰고 있다.
넥슨에 항의한 게임 이용자들은 게임 공간에서의 '손가락'을 페미니스트들의 남성 혐오 소행이라고 주장하지만, 현실에서의 여성들은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발화할 수 있기는커녕 여성도 안전하게 일하고 싶다는 당연한 명제를 외치는 것만으로 괴롭힘의 대상이 된다. 사회는 손가락 때문에 남성성을 침해 받았다는 이들을 과연 그것이 피해가 맞는가 고민하지 않고 기꺼이 보호하면서, 근거 없는 혐오의 대상이 된 이들은 집요하게 색출하여 비난한다.
심판 받아야할 것은 '손가락'이 아니다. 작음을 뜻하는 손가락이 남성 혐오 표현이고, 여성이 그것을 의도적으로 그려넣었다는 왜곡된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기업. 게임 세상에서 기분을 상하게 했다는 죄로 현실 세상에서의 마녀사냥을 용인한 기업. 원청으로서 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정작 게임 이용자들의 항의는 하청 업체와 그 노동자로 향하게 조장한 기업. 게임은 남성의 전유물이며 여성 혐오의 수단이자 공간이 될 수 있다고 확언한 기업. 진정으로 단두대에 올라야 할 것은 논란의 불씨를 키워 기어코 희생자를 만들어낸 기업이다.
넥슨 사태는 젠더 갑질과 원청 갑질이 결합한 최악의 여성 혐오 사건이다. 이상한 혐오의 나라에서 우리가 해야할 일은 분명하다. 우리가 가진 것이 목소리 하나일 뿐이라도, 법과 상식이 언젠가는 잠에서 깨어 대중과 만나는 그날을 꿈꾸며, 끝까지 여성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혐오의 불씨에 기름을 붓는다고 하여도 그들의 기름을 빼앗고 불씨를 향해 힘차게 물을 뿌리자. 당신들이 무서워하는 것이 대중들의 평가라면 기꺼이 우리가 당신들의 대중이 되겠다.
2023. 12. 6.(수)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여성노동인권분과
[노노모 여성노동인권분과 성명]
손가락을 지운다고 여성 노동자의 노동권까지 지울 수 없다. 젠더 갑질 중단하라!
또 게임업계 페미니스트 색출과 페미니즘 혐오 몰이가 시작되었다. 게임 이용자들이 게임 홍보영상에 남성혐오를 의미하는 집게 손가락이 등장한다며 해당 게임을 제작한 (주)넥슨코리아에 항의하자, 넥슨은 곧바로 사과문을 발표하고 '집게 손가락은 남성혐오'라며 간담회를 진행했다.
넥슨의 선도적인 조치에 힘입어 게임 이용자들은 해당 영상을 외주 제작한 업체인 스튜디오 뿌리를 공격했다. 뿌리의 여성 일러스트레이터가 지난 해 SNS에 남긴 글에 비추어 페미니즘을 드러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손가락을 삽입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해당 일러스트레이터의 신상 정보를 무분별하게 캐냈고, 뿌리 사무실에 찾아가 위협을 가하기까지 했다. (사실확인 결과 '손가락'의 초안은 40대 남성 애니메이터가 그린 것이었다.) 원청인 넥슨은 뿌리에 사과문 게시를 지시했고, 간담회에서 뿌리에 대한 법적 대응을 예고하기까지 했다.
이 순간까지 게임 이용자들과 특정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몇 초짜리 영상을 프레임별로 끊어가며 '손가락'을 찾기 바쁘고, 게임 업체들은 '손가락'을 검수하여 수정하는 상황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숨은 '손가락' 찾기는 누가 더 빨리 많은 것을 찾아내는지 경쟁하는 스포츠가 되었으며, 여성 노동자의 일자리와 안전은 남성 혐오를 처단하겠다는 마녀사냥의 단두대에서 손가락과 함께 잘려나가고 있다.
2016년 넥슨에서 페미니즘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여성 성우를 배제한 것을 시작으로 비슷한 사건이 잊을만하면 수면 위에 오른다. 이번에도 캐릭터의 ‘손가락’ 논란이다. 손가락 모양으로 사상을 검증해내겠다는 발상과 의지도 대단하지만, 여성 혐오의 불씨에 신나게 기름을 붓는 이들이 있기에 이들은 기꺼이 잊을만하면 나타날 수 있었다. 질세라 앞다투어 사과문을 내며 ‘재발방지대책’을 내놓는 기업들이 바로 그들이다.
사용자에게는 근로계약의 부수적 의무로 노동자가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야할 '안전배려의무'가 있다. 그러나 사용자의 의무는 법전 안에 잠자고 있을 뿐이다. 저열하고 비겁한 조롱, 혐오를 정당화하는 정의의 탈을 쓴 부정의, 페미니스트를 입막음 하려는 집단적 괴롭힘과 위협, 이를 받아 여성 노동자의 노동권과 생존권을 단숨에 빼앗아 가는 기업들이 잠자는 법 위에서 보란 듯이 날뛰고 있다.
넥슨에 항의한 게임 이용자들은 게임 공간에서의 '손가락'을 페미니스트들의 남성 혐오 소행이라고 주장하지만, 현실에서의 여성들은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발화할 수 있기는커녕 여성도 안전하게 일하고 싶다는 당연한 명제를 외치는 것만으로 괴롭힘의 대상이 된다. 사회는 손가락 때문에 남성성을 침해 받았다는 이들을 과연 그것이 피해가 맞는가 고민하지 않고 기꺼이 보호하면서, 근거 없는 혐오의 대상이 된 이들은 집요하게 색출하여 비난한다.
심판 받아야할 것은 '손가락'이 아니다. 작음을 뜻하는 손가락이 남성 혐오 표현이고, 여성이 그것을 의도적으로 그려넣었다는 왜곡된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기업. 게임 세상에서 기분을 상하게 했다는 죄로 현실 세상에서의 마녀사냥을 용인한 기업. 원청으로서 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정작 게임 이용자들의 항의는 하청 업체와 그 노동자로 향하게 조장한 기업. 게임은 남성의 전유물이며 여성 혐오의 수단이자 공간이 될 수 있다고 확언한 기업. 진정으로 단두대에 올라야 할 것은 논란의 불씨를 키워 기어코 희생자를 만들어낸 기업이다.
넥슨 사태는 젠더 갑질과 원청 갑질이 결합한 최악의 여성 혐오 사건이다. 이상한 혐오의 나라에서 우리가 해야할 일은 분명하다. 우리가 가진 것이 목소리 하나일 뿐이라도, 법과 상식이 언젠가는 잠에서 깨어 대중과 만나는 그날을 꿈꾸며, 끝까지 여성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혐오의 불씨에 기름을 붓는다고 하여도 그들의 기름을 빼앗고 불씨를 향해 힘차게 물을 뿌리자. 당신들이 무서워하는 것이 대중들의 평가라면 기꺼이 우리가 당신들의 대중이 되겠다.
2023. 12. 6.(수)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여성노동인권분과